나는 왜 블랙스완이 되었는가.(1부)

오늘은 2021년 마지막 주식거래일이다.
나는 보통 새벽 5시나 아침 7시 사이에 잠을 깬다.
깊은 숙면을 취하지 못한지는 20년이 됐다.
짧은 수면시간동안 수십가지의 어지러운 꿈을 꾸고 마치 약속한 듯 동이 트기 전 눈을 뜬다.
수면제도 먹어보고 수면보조제도 먹어봤지만 그 무엇도 나를 푹 재우지는 못했다.
아마도 십수년간 미국증시 종가를 확인하던 강박이 나를 강제로 아침형 인간으로 만든 탓도 있는 듯 하다.
이제는 그러려니하고 서재로 향해 새벽아침독서를 시작한다. 여명의 시간은 나만의 시간이다. 그리고 명상과 사색의 시간이기도 하다.
삶을 그저 사는대로 생각하며 살기 싫다. 살고 싶은데로 생각하며 살아도 짧은 인생이니까.
각설하고 오늘은 왜 나의 필명이 블랙스완이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몇명은 알지만 왜인지는 자세히 물어보지 않는 필명이다.
혹자는 블랙스완하면 나탈리 포드만이 주연으로 나온 발레영화부터 떠올리지만 전혀 상관이 없다.
내 필명과 사건은 이미 이 영화가 나오기전 정해졌다. 뭐 나중에 알고나서 연결시키면 그 마저도 어울릴수도 있을 것이다.
블랙스완을 알게 되면서 나의 투자 인생은 극적으로 반전이 시작됐다. 그리고 부의 추월차선을 본격적으로 타게 됐다.
바햐흐로 20여년전 투자 개초보로서 단타와 가치투자에 중독되어 학교수업보다 주식이 좋았던 풋내기 대학생이 있었다.
처음엔 운이 좋아 대학생치곤 주식으로 돈도 잘 벌었다. 매달 신분은 대학생이지만 생산성이라곤 제로인 개백수를 위해 시골 부모님이 주신 보내주신 용돈. 초등학생 과외비로 받은 30만원.
대딩친구들 캐빈클라인과 스니커즈 쇼핑에 물들어 있을 때 나는 주식 쇼핑하기 바빴다.
친구들을 보며 한심하다 생각했고 이미 너희와 나의 미래 부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학점 꼴찌가 맨날 그런 소리만 하니 친구들이 달가워 했을리 없다.
실제로 대학교 3학년 시절에는 대학생임에도 통장에 수천만원을 모았다. 친구들 학자금 대출에 허덕일때 나는 그런 걱정을 몰랐다. 물론 그것이 시골서 사시사철 농사지어 보내준 부모님의 고생의 기반 위에 세운 여유라고는 철이 없어서 잘 알지 못했다.
여튼 모이는 돈은 싸그리 주식계좌로 향했고, 그 돈은 대학생인 나에게 여유를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다.
왜냐면 나는 남보다 앞섰다고 생각했고 투자로 미래가 밝아보이는 영웅심리에 도취돼 있었기때문이다.
그 날이 오기 까지만 그랬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투자에 빠져 공부는 내팽겨치고 휴학만 풀로 하며 고학생이 된 대학 4학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불과 3달만에 계좌잔고 수천을 수백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가치투자도 모멘텀투자도 장기투자도 단기투자도 다 박살이 났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법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와중에 살기 위해 몸부림쳤고 그럴수록 난 물귀신과 함께 깊은 수렁속으로 끌려들어갔다.
몇개월 혹은 일년의 풍파가 지나간 그 자리엔
서울 명문대를 졸업하지 못한 20대 후반의 개백수 한 마리와 너덜너덜해진 주식 계좌만 있었다.
정말 난 내가 다른 친구들보다 앞서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길을 갔다. 투자의 길. 웬지 멋진 길. 노력하면 그 댓가를 제대로 쳐서주는 공정한 게임. 난 그걸 믿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난 평범하지 않은 길. 불확실한 길에 몰빵했고
평범한 라이프조차 누리지 못하는 괴물이 되어있었다.
친구들은 삼전 엘지 SK 등 유수에 대기업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난 한 걸음도 뗄수 없었다.
내가 스스로 만든 논리와 자신감이 나를 망가뜨려버린 시간들이었다.
그날이후 괴로운 현실을 마주하고 뒤늦게 입사원서도 내봤지만, 모든 기업이 입사문을 닫아버렸다. 지방의 한 중소기업 솔라셀 회사에서 조차 불합격 통보를 내렸다.
100여개의 이력서는 다 허공으로 날아갔고,
20대 후반의 원형탈모 심각한 개백수 한 명이 주식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린 채 방황하고 있었다.
정말 당시엔 죽고 싶었다.
하지만 뭐라도 해보고 죽더라도 죽어야지 하면서 그동안 회피했던 나의 실패의 흔적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분석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처절한 실패의 분석은 나를
새로운 차원으로 데려가기 충분했다.
투자인생의 변곡점이 시작된 것이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