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블랙스완이 되었는가.(2부) -내가 가장 존경하는 그 형-

인간이란건 간사함으로 똘똘 뭉친 존재가 맞는 듯하다. 아니 맞다.
인간은 자신의 부족함은 뒤로 숨긴 채 늘 자기과잉확신편향 혹은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다.

나도 그랬다.
나는 뻔하디 뻔한 라이프코스로 걸어들어가는 친구들과는 달라. 난 그대들과는 다르게 살 것이라네.
그리 노래를 불렀지만, 운이 라는 불확실성은 언제나 깝치는 사람을 가루로 만들어 놓는다.

운과 실력의 교묘한 조화를 이리저리 잘 활용하며 남다른(?) 대학생활을 보낸 나는 금융위기 빅샷 한방에 모든 걸 날렸다.
그동안 한심하게 보였던 그 평범함을 누리는 것 자체가 이젠 도박이 된것이다.

자신의 잘못과 결핍을 알면서 적극적으로 자아와 대면하고 비판하고 패턴을 고칠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늘 대충 넘어간다.
늘 개인은 혹은 개미는 자아망상적 자기합리화 매트릭스에 갇힌 자본주의의 자발적 기부자이며 노예다.

빅샷 한방에 돈을 싹 다 날리고 깨달은 것은 단 하나다.
난 특별하다 생각했지만 난 특별하지 않다.
늘 자신이 특출난 100중 1명이길 원하지만 드론에서 바라보면 난 99명중 1명일 뿐이다.

나의 평범성을 깨닫자 자괴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잠시 들렸다간 운의 활약에 세뇌되어 젊은 시절을 날린 어리석은 대학생.

그동안 쌓아온 나름의 투자 기법이니 철학을 싹다 폐기해야했고, 대대적인 보수와 신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분석해보니 패배의 원인은 너무나도 심플했다.
오를때 들어가 있어서 딸 수 있었고 급락할때도 있어서 다 잃었다.
비로소 롱과 숏의 속성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롱: 상방. 길게 야금야금 오르는 성질
숏:하방. 짧게 전광석화처럼 내리는 성질

그동안 난 롱만 알고 살아온 평범한 주린이었던거다. 롱이라는 사료에 중독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삼계탕집의 닭과도 같은 인생.

난 그냥 몰라서 잃은거였다.
그 형을 만나기 전까지는.

경외스러운 그 이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줄여서 나심형
못생겼지만 미친 통찰력을 가진 레바논형.
암울한 레바논 태생의 성공한 월스트리트의 투자가 지성인 혹은 철학자.
난 자식이 생긴다면 이름을 '김나심'이라고 지을 생각도 있다.
나심형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거지가 되어 방황하던 차에 나심형이 쓴 블랙스완이라는 책을 읽게됐다.
명문대에 책 좀 읽었다는 나의 허세정신을 가루로 만든 책.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이후 이렇게 난해한 책은 첨이었다. 이건 투자책이 아니라 철학책이며 신화이며 성경이며 심리학책이었다.

아직도 그 책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야기하는 바는 단 하나다.

당연하지 않은 사건들이 세상을 바꾼다.

그러니 까불지 말고 늘 깨어있고 대비해라.

커다란 패배 끝에 알게 된 하나의 격언은

사람은 늘 자기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것들로 인해 곤욕을 치룬다.

난 이날 이후 무지함이 불러온 패배를 인정하고
본격적으로 선물옵션파생맨으로서 다시 일어섰다.

가시밭길이었으나,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했고. 대부분의 부를 이 곳에서 창출해 냈다.

하지만 이건 따라하면 안 된다.
파생을 시작하고 죽고 싶어 한강에 두번 다녀왔다.

헝가리에 위대한 투자자 앙드레코스톨라니는

세 번 파산하지 않은 자. 투자를 논하지 말라.

고 했다. 난 선물옵션외환FX마진거래로 공식적으로 2번 파산했다.

그리고 10여년이 흘렀다.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부를 일구고 법인사업체도 운영하고 경제적 자유를 일구었지만.

아직 한 번의 파산이 더 남아있다.
세 번째 파산을 맞지 않기 위해 애쓰고 살겠지만 결국 온다면 담담하게 받아볼것이다.

왜냐면.

그래야 세번 파산해야 진짜 투자를 논할수 있게 될테니까. 진짜 미친소리 같지만...

도전은 계속 된다.
이제 나에게 투자는 단순히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게 아니다.

나를 뛰어넘기 위해서이거나
또는 사는게 심심하고 허무해서이다.

나이가 들수록
투자할 때만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름다운 중독. 평생 직업.
수양과 깨달음.
그리고 죽음까지 이어지는
허무한 인생 한 가운데에
투자라는 즐거움이 있다.